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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보증금이 1,300억? 도 넘은 시공자 입찰 기준

현설보증금으로 50억원 책정
뿔난 조합원들 구청 항의방문
6,000~8,000㎡ 소규모 현장도
현설보증금 10억원 납부 요구
건설사, 자금조달 유일한 창구
수주 욕구+자금 확보의 기현상

 

시공자 선정을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인 강북의 A재개발구역. 이 구역은 24만㎡에 육박하는 대규모 사업장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이 쏠려있는 곳이다. 아파트 신축 계획만도 4,000세대를 넘어 공사비가 8,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사회를 통과한 입찰 기준이 특정 건설사와의 담합 논란으로 이어졌다. 당시 통과된 내용에 따르면 입찰은 일반경쟁방식으로 컨소시엄은 불가하도록 제안했다. 문제는 입찰보증금과 공사비 등 구체적인 입찰 기준의 내용이었다. 입찰보증금으로 무려 1,300억원(현금 700억원·이행보증증권 600억원)을 책정한 것이다. 현장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한 예납금도 50억원이나 됐다.


공사비에 대한 비난 여론도 있다. 조합이 서울시 정비사업 원가자문 서비스를 통해 산정된 공사비는 3.3㎡당 약 49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조합에서는 3.3㎡당 공사비로 무려 70만원 가까이 낮춘 425만원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건설사와 조합원들은 조합이 특정 업체만 참여시키거나, 수의계약을 이끌어내기 위해 입찰 문턱을 높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결국 불만을 가진 조합원들이 공공지원자인 구청에 항의함에 따라 해당 기준은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지 않은 구역에서 현설보증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시공자 선정 시 건설사들이 경쟁을 하면 조합과 조합원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게 된다. 따라서 사업성이 높지 않거나, 면적이 작아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지 않은 구역에서는 입찰조건을 최대한 완화해 건설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입찰공고 사례를 보면 오히려 소규모 현장이 현설보증금 기준을 내거는 경우가 더 많은 상황이다. 실제로 경기도의 B구역은 면적이 6,100여㎡에 불과한 소규모재건축 사업장이다. 지난달 조합이 공고한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기준에 따르면 입찰보증금은 총 20억원으로 이중 10%를 현장설명회 전에 조합 지정계좌로 현금 납부토록 했다.


경기도의 또 다른 C구역도 B구역과 거의 유사한 조건을 내걸었다. 아파트 210세대 규모를 건설할 예정인 C구역의 면적은 약 5,850㎡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소규모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시공자가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20억원의 입찰보증금 중 10%를 현장설명회 전에 현금으로 입금해야 했다.


경기도의 D재건축구역은 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구역 면적이 7,100여㎡로 비교적 사업규모가 작은 현장이지만, 현장설명회 전까지 입찰보증금 10억원을 납부하라는 입찰공고를 냈다.


서울 강북구의 E구역도 마찬가지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E구역의 면적은 약 9,100㎡로 조합원이 100여명에 불과하다. 신축세대수가 239세대로 소규모 아파트를 건설할 예정이지만, 시공자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입찰보증금 20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현장설명회 전까지 10억원을 현금으로 입금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설보증금을 비롯한 입찰보증금 문제가 재건축·재개발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자금 확보가 필수적인데, 시공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서울시의 경우 공공지원을 통해 사업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시공자를 선정하면 지원 자금을 상환해야 한다. 조합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사업자금 확보를 위해 입찰보증금 기준을 높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부 건설사들의 수주욕망과 조합의 사업자금 확보 필요성이 합쳐지면서 현설보증금이라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게 됐다는 것이다. 건설사가 타업체의 참여를 방해할 목적으로 조합에 현설보증금 납부를 부추기고, 조합은 미리 입찰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성립하게 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현설보증금은 과열 경쟁이나 불법 행태 등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면서도 “경쟁이 심하지 않은 곳에서 현설보증금을 내건다는 것은 사실상 특정 건설사가 타 건설사의 참여를 막기 위해 조합과 담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