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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우편이냐 일반우편이냐

박일규의 시선

표준정관은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조합원 및 이해관계인에게 성실히 고지·공고하도록 하면서(표준정관 제7조 제1항), 고지의 방법으로 관련 조합원에게 개별적으로 등기우편에 의하되 반송되는 경우 1회에 한하여 일반우편으로 추가 발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표준정관 제7조제2항). 


만약 조합이 시간이나 비용을 아끼기 위해 혹은 순전히 경황이 없어 등기우편이 아니라 일반우편으로 퉁치고 말았다면 어찌될까.


혹자는 정관이 정한 절차를 위반하였기에 이를 기초로 대의원회 결의나 총회결의가 이루어진다면 그 결의는 적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임·대의원 피선임권에 관한 고지를 등기우편으로 하지 않았다면 이를 기초로 이루어진 임·대의원 선출결의 자체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의견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표준정관은 등기우편이나 일반우편에 의한 개별고지 외에도 게시판 게시를 통한 공고, 관련서류 등의 열람허용,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 등의 수단에 의해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해당 조합원에게 성실히 알리도록 하고 있다(표준정관 제7조제2항제2호, 제3호).


정관의 고지·공고 제도는 조합원에게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제대로 알려 사업추진에 협조할 수 있도록 하고, 조합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조합 집행부의 권한남용이나 조합과 조합원 간의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조합이 고지의무를 성실히 의행하였는지 여부는 단순히 등기우편으로 발송할 것을 일반우편으로 발송하였느냐 하는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사실관계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보아 조합이 과연 조합원에게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제도의 취지에 부합할 정도로 충실히 알려 해당 조합원이 자신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등기우편은 정당한 수령인으로부터 그 수령 사실의 확인(서명)을 받고 배달하기에 우편물에 기재된 주소지를 2회 방문하고 2회 방문 후에도 배달하지 못하거나 수취인이 수령을 거부할 경우 발송인에게 반송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배달여부의 확인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것은 사실이나 가장 중요한 배달의 가능성 측면에서 보면 일반우편 발송과 큰 차이가 없다.

때문에 조합이 다소 불충분한 방법인 일반우편의 방법으로 고지하였더라도 문자메시지나 유선전화, 이메일 등 추가적인 방법을 동원하였다든지, 공고자체를 장기간 혹은 수차례 반복함으로써 고지의 가능성을 제고하였다든지, 현수막 설치나 홍보요원의 전화안내·방문안내 등 정관이 정한 이외의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원들에게 충분히 알렸다면 정관상 고지·공고 제도의 취지를 충실히 이행하였다고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참고로 우리 법원도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총회개최 금지를 구해 온 사안에서 이를 기각한 바 있다. 지엽적인 사실에 집착하기 보다 전체적인 사실관계를 고려하여 고지·공고 의무 이행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표준정관을 답습하는 관행을 과감히 교정할 필요가 있다.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카톡 등 각종 다양한 통신수단을 예시함으로써 조합으로 하여금 조합원 개인의 사정이나 그때 그때의 조합 상황에 맞추어 개별고지 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며 합리적이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통신수단이 통용되는 시대에 비싸고 번거로운 ‘등기우편’만을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시대착오적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다.
 

박일규 변호사 / 법무법인 조운